관리소홀로 도자기에 담긴 진귀한 술 증발 돼..누가 책임질 것인가?

- 국내 중국도자기 감정 전문가 없는 게 정설..8개월 동안 압류

- 경찰은 개인 사유물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근거로 압류 지양해야

경찰이 전남 고흥군에 기탁한 개인재산을 수개월째 압류해놓고도 국과수 감정을 핑계로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고흥경찰서가 국과수 진품여부 감정을 위해 고흥군이 보관 중인 민간 기탁자의 중국 도자기와 윤봉길 서첩 등을 법원의 압류영장을 발부받아 압류한지 8개월이 넘었다.

천경자 화백 미인도는 감정결과가 3년이 넘게 걸렸다고 하지만, 개인의 사유물도 아니고, 압류조치도 하지 않았다. 비교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이번 압류물들은 오는 31일 개관 예정인 고흥분청문화박물관 수장고로 옮겨져 일부는 특별전시실에서 전시돼야 하지만, 당초 보관 중이던 군청소유 창고 등에서 계속 먼지에 쌓여 있다. 보안관리비에도 계속 세금이 빠져 나가고 있다.

기탁 받은 도자기들은 지난해부터 2차례의 군 자체감정을 거쳤고, 도록 제작 등에 활용돼야 하지만,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국과수에 의뢰한 도자기 감정은 무려 8개월째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경찰은 분청문화박물관 개관이 임박하고 도자기 감정 문의가 잇따르자, 뒤늦게 국과수에 출장을 보내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과연 경찰은 이 도자기에 대해 무슨 근거로 수사대상을 삼았을까. 국내에서는 중국 도자기를 감정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검찰 과학수사부서나 문화재감정기관, 고미술협회 등 관련 단체들도 과학적인 감정을 할 수 있는 비교샘플이나 자료를 갖추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중국에서도 도자기 국가감정기관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중국의 도자기 전문가들조차 감정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기탁한 중국 도자기를 가짜라고 주장할 만한 전문가는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반대로 무조건 진짜라고 확신해서도 안 되겠지만, 가짜라는 근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범죄자’ 취급하거나, 음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다시 말해 개인이 기탁한 중국 도자기는 아무런 죄가 없다. 그럼에도 감금(?)시켜 놓는 것은 너무한 처사가 아니냐는 판단이다. 몇 개를 감정 대상물로 지정해 국과수로 보내고 전시는 할 수 있도록 해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지적에 경찰은 귀 기울여야 한다.

이 중국 도자기의 진품 논란은 결코 쉽게 정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기탁된 도자기가 4000여점이다. 이 도자기는 진짜도 있을 수 있고, 가짜도 섞여 있을 수 있다. 이미 중국 전문가 감정에서도 진품과 가품은 구별된 바 있다.

경찰이 개인 사유물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근거로 압류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며 지금이라도 수긍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민주국가에서 경찰이 사유물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처: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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